2025년 8월 14일(목)
2017년 3월 8일, 과테말라시 외곽 산호세 피눌라(San José Pinula)에 위치한 국립 청소년 보호시설 Hogar Seguro Virgen de la Asunción에서 발생한 화재로 41명이 숨지고 15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시설은 수용 정원 500명을 훨씬 초과한 800여 명의 아동·청소년이 생활 중이었으며, 수년간 성적 학대·폭력·인권 침해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으나 정부와 당국은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은 국제 여성의 날로, 소녀들과 청소년들은 시설 내 가혹행위와 성착취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던 중 전날 탈출을 시도했다가 강제로 가둬진 방에서 매트리스를 불태우며 다시 탈출을 시도했으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문이 잠겨 있어 참사로 이어졌다.
구조 요청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저런 애들은 타 죽어도 상관없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8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제7형사재판부(판사 잉그리드 시푸엔테스)는 2025년 8월 13일, 전현직 공무원 및 경찰 등 6명에게 중과실치사, 미성년자 학대, 직무유기, 권한 남용 등의 혐으로 징역형을 선고하고 1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사건 당시 대통령이었던 지미 모랄레스(Jimmy Morales)에 대해서도 수사 개시를 명령했다.
선고 전 법정에는 생존자, 희생자 유족, 활동가 등 100여 명이 모여 묵념했고, 판사가 사건 경과를 낭독하자 눈물을 흘리며 “Hogar Seguro의 소녀들에게 정의를!”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희생자 마이라 추탄(Mayra Chután, 당시 15세)의 어머니 카르멘 우리아스(Carmen Urías)는 “우리가 기대한 정의가 아니어서 화가 난다”며 “형량이 더 높아야 소녀들이 편히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생존자 15명은 여전히 심각한 신체·정서적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이 중 2명은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오는 8월 14일 오전 8시, 제7형사재판부는 피해자 존엄 회복(‘reparación digna’) 심리를 열 예정이다.
생존자와 유족은 국가의 경제적·도덕적 배상뿐 아니라 구조적인 개혁방안과 공식적인 사과, 재발 방지 보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배상은 금전으로 끝나선 안 되며, 피해의 불가역성을 인정하고 국가가 전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망한 소녀들의 부모가 극심한 빈곤, 가정불화 등으로 일시적으로 양육권을 잃었더라도 법적·정서적으로 자녀에 대한 책임과 권리가 있었으므로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ogar Seguro 사건은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라, 과테말라 아동 보호 체계 전반의 부실과 국가의 구조적 책임 방기를 드러낸 비극으로 기록된다. 이번 재판과 존엄 회복 심리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정한 정의와 회복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과테말라 영화감독 하이로 부스타만테(Jayro Bustamante)의 영화 Rita(2024)의 모티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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