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May
04May

2025년 5월 4일(일)

엘살바도르의 언론 매체 엘파로(El Faro)가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이 시장 시절부터 갱단과 비밀리에 협상을 해왔다는 내용을 폭로해 국내외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엘파로는 2025년 5월 1일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찰리의 고백: 부켈레 정부와 협상한 갱단 리더와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심층 보도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엘파로 취재진이 2025년 1월 여러 도시를 돌며 바리오 18 혁명파(Barrio 18 Revolucionarios) 소속 전직 갱단 리더 두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이들은 과거 부켈레와 그 정치 세력과 수년간 협상을 벌였고, 부켈레 정부의 협조 아래 엘살바도르를 빠져나갔다고 증언했다. 해당 인물들은 얼굴을 가린 채 인터뷰에 응했으며, 일부는 최고 보안 교도소에 출입하며 지시를 받았던 경험을 공개했다.

엘파로는 이미 2018년 당시 산살바도르 시장이었던 부켈레가 세 개의 주요 범죄 조직과 접촉해 협상을 벌였다고 폭로한 바 있으며, 이번 보도는 그 연장선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인터뷰에 응한 갱단 리더들은 자신들이 부켈레를 지지하게 된 경위와 그 대가로 받은 혜택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당 협상은 2022년에 종료됐다.

주요 인터뷰 대상자인 카를로스 카르타헤나(Carlos Cartagena), 일명 "찰리"는 16세에 바리오 18 혁명파의 지도자가 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지만, 과거 체포 당시 부켈레 정부와의 협상 덕분에 곧바로 석방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의 지시에 따라 부켈레에게 투표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부켈레의 선거 승리의 75%는 우리 덕분이었다"며 "그는 당시 정당조차 없었다. 우리는 그가 필요로 한 지지 세력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갱단원은 처음의 협상 조건이 '살인 없는 상태 유지'였다고 밝혔고, 찰리는 협상의 핵심은 양측 모두 '살인 제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로의 갈취 활동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일부 갈취를 줄이는 대신 일자리 제공 등의 혜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터뷰에는 부켈레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교도소를 방문한 갱단 지도자들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도의 세 번째 파트에서는 갱단원들이 부켈레의 시장 및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 그리고 체포된 이후 어떻게 다시 풀려났는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2022년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부켈레 정부는 '비상사태 체제'를 선포하고 갱단 소탕 작전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수많은 갱단원들이 체포됐다.

그러나 "리로"라는 인물은 체포되기 전 정보를 입수해, 부켈레 정부 관계자의 도움으로 과테말라로 도주했다. 찰리의 경우는 체포되었지만, 구금 과정에서 "보도 금지"라는 내부 지시 후 석방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날 나는 그란 비아로 가던 중이었고, 갱단이 나를 가로막고 경찰서로 데려갔다. 거기서 관계자들끼리 체포 소식을 보도하지 말라는 말을 나누는 걸 들었다. 이후 수갑이 풀리고, '짐 챙기고, 옷 갈아입고 나가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찰리는 자신이 자유의 몸이 된 반면, 전과도 없는 엘살바도르 국민 8천 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엘파로는 이번 보도를 통해 갱단원들이 먼저 언론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찰리는 "그들은 우리가 협상했던 사실을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엘파로의 보도 이후 엘살바도르 검찰이 이 보도를 작성한 기자들을 체포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부켈레 대통령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SNS를 통해 인권 NGO와 '글로벌 언론'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죽음도, 갈취도, 시신도, 매일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의 눈물도 없는 평화로운 나라는 인권 NGO, 글로벌 언론, 엘리트, 소로스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켈레는 최근 엘살바도르가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는 내용의 영상도 게재했으며,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라는 유행어를 인용해 여론전에 나섰다.

Soy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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