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일(일)
매년 11월 1일, 과테말라 사람들은 죽은 이들을 기리며 특별한 요리를 준비한다. 바로 ‘피암브레(Fiambre)’로, 오랜 세월 동안 가족의 기억과 전통, 그리고 문화적 융합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모든 성인의 날(Día de Todos los Santos)에 맞춰 각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이 요리는 수십 가지의 재료가 어우러진 조리되지 않은 차가운 음식으로, 소시지·햄 등 각종 육류와 절인 채소, 치즈, 달걀, 그리고 식초 소스(비나그레타)가 함께 어우러진다.
Marta Soto de Bolaños 씨는 32년 넘게 매년 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녀는 고인이 된 이모에게서 피암브레 조리법을 배웠다고 한다.
“야채를 살 때는 항상 신선한 걸 골라요. 그리고 모든 야채를 각각 따로 삶은 뒤(꽈리고추, 당근, 양파, 연한 콩, 꽃양배추, 파카야, 완두콩 등), 냉장 보관하면서 고기들이 양념 맛을 흡수하도록 식초 소스를 준비합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피암브레는 여러 종류의 육가공품과 함께 아스파라거스, 올리브, 크래프트 치즈 같은 장식 재료도 빠지지 않는다.
피암브레의 역사는 17세기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테말라의 작가 호세 미야 이 비다우레(José Milla y Vidaurre)는 1861년 저서에서 이를 “매우 과테말라적인 음식”이라고 묘사했으며, 불로 조리되지 않은 요리라는 점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 기원에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한 가지 설은 1773년 산타 마르타 지진 이후 식량이 부족해진 가족들이 남은 재료들을 섞어 만들어 먹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산티아고 데 과테말라의 카푸치나스 수도원(Convento de Capuchinas)에서 한 수녀가 빈 식재료 창고 속에서 남은 야채, 달걀, 소스를 섞어 모든 성인의 날 점심을 마련한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피암브레는 크게 ‘붉은 피암브레(Fiambre Rojo)’와 ‘하얀 피암브레(Fiambre Blanco)’로 나뉜다. 두 가지의 차이는 바로 비트(붉은무)의 유무에 있다.
소토 데 볼라뇨스 씨는 이렇게 말한다. “하얀 피암브레는 비트만 안 넣어요. 나머지는 다 들어가죠. 그래도 저는 조금 색이 있어야 보기 좋으니까 비트를 조금 넣어요.”
피암브레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죽은 이들을 향한 사랑의 표현이며, 세대를 이어온 가족의 유대와 기억의 상징이다. 한 숟가락마다 수백 년의 역사와 정성이 녹아 있으며, 과테말라의 정체성과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11월의 첫날, 피암브레는 여전히 과테말라의 식탁 위에서 “기억과 전통의 맛”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Prensa Lib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