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목)
과테말라 정부가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장관령 377-2026호를 7월 6일 관보에 게재한 가운데, 해당 규정은 게재일로부터 30일 후 발효될 예정이어서 중국산 제품과 원자재를 사용하는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강제노동 근절과 국제 노동기준 준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무역 전문가들은 수입 금지 대상 기업과 제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등 외국 정부의 자료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산 상품이 주요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과테말라의 두 번째로 큰 상품 공급국이다. 중국산 철강과 건축자재, 전자제품, 산업용 부품 및 각종 원자재에 대한 수입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과테말라의 제조업과 건설업, 유통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테말라 중앙은행(Banguat)의 잠정 대외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과테말라의 전체 상품 수입액은 346억 1,1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미국산 상품이 108억 9,24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산 상품은 55억 350만 달러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중국은 과테말라에 전자기기와 기계류, 철강제품, 건축자재, 자동차 부품, 섬유 원료,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중국 기업이나 생산시설이 강제노동 연계 명단에 포함되면 단일 품목을 넘어 여러 산업의 공급망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산 부품과 원자재를 사용하는 과테말라 기업은 기존 공급업체와의 거래가 중단될 경우 미국이나 멕시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공급처 변경 과정에서는 제품 가격과 운송비가 상승하고, 기존 생산설비에 맞는 동일한 규격과 품질의 부품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관령 377-2026호에 따르면 노동부는 강제노동이나 의무노동을 통해 상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산한 외국 기업의 공식 명단을 작성해야 한다.
노동부는 외교부를 통해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과테말라와 정보교환 또는 협력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관계기관과 미국 노동부, 기타 외국 정부기관의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전 경제부 장관이자 대외무역 전문가인 엔리케 락스는 과테말라가 자체적인 조사를 충분히 진행하지 않은 채 미국과 다른 국가가 작성한 기업 명단을 수입 금지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 중국산 상품의 강제노동 연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는 점이다. 과테말라가 미국 측 명단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사용할 경우 중국 기업과 관련된 제품이 우선적인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강제노동 여부에 대한 과테말라 정부의 독립적인 조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정부의 판단을 그대로 적용하면 통상정책의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락스는 미국이 과테말라를 포함한 약 60개 경제권의 강제노동 관련 수입 정책을 조사하는 목적이 노동권 보호에만 있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조치가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의 상업적 영향력을 줄이고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더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이 과테말라에 강제노동 관련 수입 규제를 요구하고, 과테말라가 미국 정부의 명단에 따라 중국산 상품을 제한한다면 과테말라의 수입 구조가 미국이나 미국과 가까운 국가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과테말라는 미국과의 통상관계를 강화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제품과 원자재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국내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형 기업보다 공급망 실사와 대체 공급업체 발굴에 필요한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더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상품에 대한 제한이 확대될 경우 철강과 건축자재,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업체는 중국산 철강과 설비, 전기제품, 마감재 등을 다른 국가의 제품으로 대체해야 할 수 있다. 대체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 주택과 상업용 건물, 공공 인프라 사업의 건설비도 상승할 수 있다.
전자제품과 통신기기 수입업체 역시 중국 제조업체나 중국 내 생산시설과 연결된 공급망을 재검토해야 한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중국산 부품이 사용된 제3국 제품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공급망 확인 절차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제조업체는 기계 부품과 포장재, 섬유 원료, 화학제품 등 생산에 필요한 중국산 중간재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원가 상승과 납기 지연을 겪을 수 있다.
이 같은 비용 증가는 최종적으로 상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과테말라 수입업체들은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 강제노동과 관련이 없는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루벤 모랄레스 전 경제부 장관은 기업들이 공급업체의 노동환경과 원자재 출처, 생산시설 등을 확인하는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입업체는 중국 공급업체로부터 노동기준 준수 확인서와 생산시설 정보, 원자재 원산지 자료 등을 받아 보관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내 생산 과정은 여러 단계의 하청업체와 원자재 공급업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최종 수입업자가 전체 공급망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공식적인 기업 명단을 작성하더라도 개별 상품에 포함된 모든 부품과 원자재의 생산 과정을 대신 조사해주는 절차는 장관령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입업체가 충분한 증빙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품이 세관에 억류되거나 수입이 중단될 수 있다.
강제노동 연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문제의 상품은 세관이나 지정된 장소에 임시 보관될 수 있다.
이 기간에 발생하는 보관료와 물류비, 상품 훼손 위험은 수입업자가 부담한다.
수입 금지가 확정되면 상품은 과테말라에 반입될 수 없으며, 수입업자는 해당 상품을 재수출하거나 관련 규정에 따라 폐기해야 한다.
이의신청을 진행할 경우에도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보관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전자제품과 기계류처럼 가격이 높거나 대량으로 수입되는 상품은 통관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상당한 금융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제노동 관련 상품을 구분하는 명확한 방법과 신속한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중국산 제품까지 통관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테말라가 중국 기업이나 중국산 상품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경우 중국이 이에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락스는 영향을 받은 국가가 과테말라의 조치가 국제무역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유사한 제한이나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과테말라산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통관 절차를 강화하고, 과테말라 기업과의 거래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과테말라와 중국은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과테말라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간 무역에서는 중국이 과테말라의 핵심 공급국이기 때문에 경제적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확대되면 과테말라는 값싼 중국산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잃는 동시에 대체 수입국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의 가격 경쟁력은 과테말라 기업의 생산비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수입 제한으로 기업들이 가격이 더 높은 미국산이나 유럽산 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섬유와 건설, 전자제품 조립, 유통업 분야는 중국산 제품과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업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국제 인증을 받은 공급업체로 거래처를 바꿀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비용과 정보 부족으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강제노동 근절이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공급망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지 않도록 유예기간과 품목별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장관령에는 어떤 국가와 기업, 제품부터 조사할 것인지 구체적인 우선순위가 명시돼 있지 않다.
해외에서 제공된 기업 명단을 과테말라 정부가 어떻게 검증할지, 특정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수입업체를 일괄 제한할지, 상품별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할지도 불분명하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기업이나 상품을 명단에 포함하기 전에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해당 기업과 수입업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 정부의 명단만을 근거로 수입을 막으면 법적 분쟁과 통상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테말라 정부는 장관령 발효 후 90일 이내에 강제노동 연계 기업의 공식 명단을 노동부와 경제부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 명단에 중국 기업이 어느 정도 포함될지와 어떤 중국산 상품이 실제 통제 대상이 될지가 과테말라 산업계와 수입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제노동 근절과 미국과의 통상관계를 고려하는 동시에 중국산 공급망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의 현실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조사 방법과 법적 절차 없이 수입 제한을 서두를 경우 과테말라는 강제노동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물가 상승과 생산비 증가, 공급망 혼란, 중국과의 통상 마찰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Prensa Libre